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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중요하지만 헌법 훼손되면 나라 흔들려UAE 원전 비밀군사협정 논란을 보며...나라의 근본을 다시 생각한다
  • 이동명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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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여야 정치권의 쟁점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게이트’가 1월12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회동을 통해 ‘국익우선’의 원칙으로 판단키로 합의함으로써 국내 정치적으로는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 사안은 UAE에 28년에 걸쳐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하고 그 후 60년간 이를 운용하는 것까지 총 40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장기 사업인데다 국군의 해외 파병 및 군사동맹의 문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이어서 언제든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정치적인 갈등봉합과 관계없이 UAE 측의 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군사개입을 하든지, 아니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에서 중도 철수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나아가 국가안위에 직결되는 국가 사안이기에 헌정차원에서 사건의 본질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UAE원전사업과 관련한 사실들...‘국익우선론의 진실’

이명박 정부 당시 2009년 12월 27일 한국 컨소시엄이 프랑스와 일본 경쟁업체를 제치고 47조원에 이르는 UAE 원자력 건설 사업을 따냈다고 국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UAE 원전 건설에 드는 비용은 186억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20조원 이상. 건설 후 60년간 그 원전을 운용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400억 달러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알려졌다.

UAE의 원전수주는 사실상 프랑스로 내락됐던 것을 막판에 극적으로 한국으로 돌린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평가다.

조선일보 2018년 1월11일 칼럼은 “UAE가 한국에 총 400억 달러의 원전 건설을 발주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은 2009년 12월 15일이다. 공식 발표 때까지 비밀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UAE는 프랑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미 수개월 전에 프랑스 원전을 사겠다고 프랑스 측에 통보해 양국이 서명할 날짜까지 정해졌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역전이 이뤄졌다. 우리 산업사(史)에 남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UAE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왕세제와 마지막 통화를 시도했다. 며칠 만에 이뤄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경제 개발과 교육 지원 외에 안보 협력 카드를 던졌다. UAE는 부(富)는 큰데 인구와 방위력은 작은 불균형의 나라였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프랑스도 UAE에 파격적 군사 협력 카드를 제시했다. 프랑스는 군사 기술 이전과 함께 UAE에 '핵우산' 제공을 제안했다는 설(說)까지 돌았다.”

이처럼 UAE원전 수주는 처음부터 안보협력카드와 연계돼서 돌아갔던 것이다. 문제는 그런 부대조건들이 수주발표 당시에는 일체 공개되지 않고 비공개 됐다는 점이다. 단지 정부의 쾌거만 강조됐던 UAE원전 수주에 따른 한국의 부담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이 그 후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첫째, 원전 건설비용 186억 달러 중 100억 달러 이상을 한국이 조달해 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2010년 말 밝혀졌다. 한국 수출입은행이 2011년 11월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원전 수주 금액의 절반가량인 90억 달러에서 최대 110억달러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UAE 원전 건설에 드는 총 비용 186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대출기간은 28년으로 사상 유래 없이 긴 기간이다. 수출입은행이 그때까지 해외전기발전 플랜트 사업에 지원한 금융 규모는 10개 나라, 21억 달러가 전부였다. 대출규모와 기간을 고려하면 그 이자 비용이 상당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건설비용 186억 달러는 지나친 덤핑수주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당시 프랑스가 제시한 수주액은 360억 달러였다는 것.

아크부대 파병도 원전수주 조건의 일환

둘째, 국군 특전사 요원 150명으로 구성된 아크부대를 UAE 파병하는 것이 사실은 원전수주와 관련된 것이라는 게 2010년 파병안동의안 국회처리 과정에서 밝혀졌다. 2010년 11월 11일에 열린 18대 국회 국방위원회의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여야 의원들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UAE 파병의 문제점을 따졌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통상적인 수준의 군사협력이나 방산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유사시 군사적으로 지원하거나 안전보장을 하거나 상호방위를 하거나 등을 우리와 UAE가 약속했다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는 헌법 60조 1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가 상호 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 동의권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김태영 장관은 당시 아크부대 파병과 관련해 “(원전 건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연관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상업적 목적인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을 보낸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명분도 없다”며 “명분 없는 해외파병은 우리 국격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UAE파병 동의안은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돼 2011년1월11일 아크부대가 UAE에 파병됐다. 이 파병은 이후 몇 차례 연장돼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8년이 걸린다는 원전 건설이 끝날 때까지는 현지에 군대를 주둔해야 하는 조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크부대 파병비용은 전액 한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2011년 1진 파병당시 비용으로 21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파병이 몇 십 년 동안 계속된다면 그 비용도 무시 못 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크부대 파병이 유승민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유사시 군사지원 혹은 상호방위 조약 수준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원전수주 이익을 위해 파병한다는 것 자체가 명분 없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군사협력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하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

하지만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돌연 UAE에 특사로 파견되면서 이 사안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UAE와의 비밀 군사협정은 헌법 위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를 방문해 이명박 정부 당시 맺은 군사 협력 조항에 손을 대려다가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임종석 실장이 급거 UAE를 방문한 것이라는 게 자유한국당의 시각이다. 다만 그 이후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왕세제 특사로 방한해 1월9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앞으로도 양국 신의를 바탕으로 한국과 UAE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발전시켜 간다”고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의 논란은 일단락 됐다.

이런 와중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이 원전 수주 당시 UAE와 비밀군사협정을 맺었고, 그 비밀협정에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있다고 공개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 전 장관은 1월9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국회 분위기가 항상 일단 정부에서 뭐했다 하면 반대하는 쪽으로 하기 때문에 비준을 안 하는 쪽으로 생각했다”며 “비준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고 비준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원전 수주 과정에서 군사협약이 왜 필요했냐는 질문에는 “UAE는 돈이 많고 땅이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늘 안보에 불안감이 있다.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며 “당시 군사협약 없이는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병이 현실화됐을 때 한국 국회 비준이 안 되면 어쩌려고 했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어쩔 수 없다. 국회에서 가령 절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관련 사안을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일개 장관이 마음대로 협정을 맺었다는 것은 난센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국회 동의 없이 단 한 명도 파병할 수 없는 나라에서 자동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군사 협력 협정을 '자동 개입'이라면서 '용병'이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옹호론이 많은 것 같다.

“국익을 담보로 파병 거부할 수 없게 만든 협정”

그러나 UAE와의 경제협력이 강화될수록, 수 십 조 원이 걸린 원전건설이 무르익을수록 한국이 UAE와의 비밀협정을 파기하고 파병을 거부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파병을 거부하려면 수십조원의 국익을 날려버려야 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UAE와의 군사비밀협정은 시간이 갈수록 ‘빼도 박도 못할’ 군사협정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개 국방장관이 자기 판단으로 맺었다는 UAE와의 군사비밀협정은 이처럼 궁극적으로 국회를 자동으로 구속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 국익을 위한 충정은 이해한다고 해도 위헌의 문제는 그것대로 엄하게 다뤄져야 마땅할 것이다.

국회 비준을 받지 않고 군사개입, 파병협약을 맺는 것은 헌법 제60조 위반에 해당한다. 김태영 전 장관 스스로 ‘비준을 피하기 위해 비밀협정을 맺었다’는 말로 헌법위반을 시인하고 있다.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UAE가 분쟁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UAE에 군사개입을 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현실로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UAE 주변 정세가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에 한국에 군사개입을 요청하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포괄적인 양국의 자동개입을 규정하는 협정은 추상적이고, 이후 실제로 협정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국군 파병, UAE 군사 교육 훈련, 군수 물자 지원, 군사기술 및 방산 기술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별도의 MOU(양해각서)를 맺게 되는데 그것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6건이다. 마지막 양해각서가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됐다. 그러다가 최근에 예멘 내전에 개입하는 UAE의 안보상황이 굉장히 심각해지니까 한국에 많은 지원요청을 하게 됐고 이전의 협정을 근거로 제시하니까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 요구를 들어줬을 때 '국내법 위반이다', '이것은 도저히 응할 수 없는 지원이다'라는 점에 대해 UAE에 가서 얘기를 했고 여기에 UAE가 약속위반이라고 반발해 사단이 났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UAE와의 이견을 어떤 식으로 봉합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명박 정권이 맺은 비밀협정의 정신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문재인 정부 역시 국익이라는 현실의 명분을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개입이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긴박한 논의가 벌어지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글은 월간 헌정 2018년2월호에 실린 글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이동명 칼럼니스트  100real@newsre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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