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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한국인과 한국계 외국인한국인의 정체성, 핏줄을 나눈 동포인가 한국 국적자인가
  • 윤승모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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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미국으로 귀환,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YTN 캡쳐)

한민족은 누구이며, 한국 국민은 누구인지 그 정의(定義)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하는 몇 가지 사건들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생겼었다.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5월9일 풀려난 미국인 3명을 맞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벽3시에 공항에까지 나왔다. 최선을 다해 자국인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미국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전세계로 생중계된 그 장면에 등장한 석방 미국인 3명은 자국 대통령과 통역을 통해 대화를 했다. 그들의 언어는 한국어요, 그들의 외모도 ‘한국인’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이런 한국계 미국인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재미 한인’ ‘재미동포’라고 쓰거나 ‘한국인’이라고 썼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그동안 그렇게 써 왔다.

4월24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어 한국인 2명과 한국 출신 캐나다 국적자 1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종편 TV화면에는 ‘한국인 3명 사망’이라는 자막이 계속해서 떠 있었다.

아무리 한국출신(한국 국민이었거나 그런 사람들의 자녀)이라고 해도 미국 국적자, 캐나다 국적자를 ‘한국인’으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오기(誤記)다.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캐나다인이다.

재미한인 재미동포도 애매한 말이다. ‘한인’이라는 말에는 한국국적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한민족을 의미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 ‘동포’도 마찬가지다.

조상이 한국 핏줄이면 현재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인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혈연주주의적 전근대적 민족주의가 강하게 묻어나는 용어다.

한국인의 외양을 한 미국인 3명이 그들의 고국에 귀환하며 그들의 대통령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은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그 3명을 미국인이라고 썼다. 일부 언론에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 영주권자라면 재미 한인, 재미 동포라고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라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써야 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한국) 출신이고 영어도 서툴지만 일단 미국 시민으로 받아들인 이상 그들을 다른 국민과 똑같은 미국인으로 대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미국인 대접을 받는 사람을 마치 한국인인 것처럼 표기하는 것은 거짓말에 다름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 땅에만 사는 게 아니다. 한국 땅에도 많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경우처럼 특히 부잣집 자식 중에는 미국 국적자가 적지 않다. 그들도 유사시에는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대한민국 국민과 다를 수 있다.

조현민 갑질과 관련해 그를 국외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처럼, 아무리 이 땅에 산다고 해도, 아무리 한국계라고 해도 국적상 외국인이면 외국인이다. 명색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역차별 받고 억압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족 중국 국적자를 한국인으로 오해하던 현상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한국어가 통해도 중국인은 중국인이다. 반면 전형적인 한국인과 생김새가 다른 외국 출신 귀화 한국인은 여전히 외국인 대접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 국내에 이미 외국인 체류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예에서 보듯, 생김새도 다르고 한국어도 서툴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한 외국출신 한국인도 많다. 한국계 미국인을 ‘한인’ ‘동포’ ‘한국인’으로 표시하는 관행의 반대편에는 이들 외국 출신 한국인을 한국인 취급하지 않는 배타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윤승모 칼럼니스트  100real@newsre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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